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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없는 맛집만 찾아가 보기 – 검색을 끊고 감각을 켜다 요즘 여행의 시작은 검색입니다. ‘○○ 지역 맛집’, ‘○○ 카페 추천’, ‘○○ 인생샷 명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같은 장소, 같은 음식, 같은 각도로 여행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그래서 저는 이번 여행에서 SNS, 블로그, 유튜브, 검색 모두를 끊고 오로지 직감, 간판, 냄새, 사람의 추천만으로 식당을 골라보기로 했습니다.이 여행의 규칙은 단 하나. 검색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은 길만 안내하게 하고, 맛에 대한 사전 정보는 ‘제로’ 상태로 떠났습니다.동네 주민에게 묻는 것이 첫 번째 맛의 기준첫 번째 도시는 전라북도 군산. 버스터미널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편의점에 들러 물을 사고 계산대 직원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여기서 밥 어디서 드세요?”그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바로 앞에.. 2025. 7. 17.
동네 택배기사님 동선 따라가 보기 (허가받은 관찰) 우리는 매일 택배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 택배가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손에서, 어떤 리듬으로 도착하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그래서 저는 택배기사님께 정중히 양해를 구한 후, 하루 동안 동행하며 그들의 동선을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건 단순한 ‘배송 체험’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 사람의 삶, 리듬, 그리고 일의 현장을 마주하는 여행이었습니다.아파트만 있는 동네는 아니다오전 8시, 서울 금천구의 한 물류 터미널. 택배 기사님이 차에 상자들을 옮기고 있을 때 저는 옆에 섰습니다. “차 조심하고, 절대 따라붙지 말고 뒤에서 조용히 봐요.”첫 번째 배 달지는 다세대주택 골목이었습니다. 좁고 경사진 골목에 이중 주차된 차들, 문 앞에 놓인 신문 더미와 ‘택배는 문 옆에’ 메모가 붙은 초인종들.우리는 아파트만.. 2025. 7. 16.
소리 없는 절, 대화 없는 사찰에서의 침묵 체험기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를 듣고, 너무 많은 말을 합니다. 뉴스, 음악, 채팅, 알림, 회의, 광고… 하루 종일 이어지는 수십 가지 소리에 익숙해진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는 시간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그래서 저는 서울 근교의 작은 사찰로 ‘침묵’을 여행하러 떠났습니다. 이 여행은 장소로 가는 게 아니라, ‘내 안으로 들어가는 여정’이었습니다.말하지 않는 공간은 생각을 크게 만든다제가 방문한 곳은 경기도 양평의 한 비구니 사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없고, 신도들의 방문도 드문 아주 작은 절이었습니다.입구부터 ‘침묵 수행 중입니다. 필요시 메모로 요청해 주세요’라는 안내문이 있었고, 마당을 지나 스님께 손으로 인사만 드린 후 조용히 지내는 하루가 시작됐습니다.말을 하지 .. 2025. 7. 16.
비닐하우스에서 하룻밤 – 농촌 임시숙소 체험기 이번 여행은 조금 이상했습니다. 숙소는 호텔도, 민박도, 캠핑장도 아닌… 진짜 농촌의 비닐하우스였습니다.누군가는 불편하다고 말하겠지만 누군가에겐 그 자체가 살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저는 충남 부여군의 한 마을에서 농번기 중간에 비워진 임시 숙소용 비닐하우스에서 하룻밤을 지내보았습니다.이 체험은 단순한 숙박이 아닌, 비닐하우스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온도, 소리, 냄새, 빛을 온몸으로 느끼는 여행이었습니다.‘있어도 없는 공간’, 비닐하우스는 잠잘 수 있는가?처음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농사짓는 지인이었습니다. “너 글 쓰니까, 우리 비닐하우스에서 하루 자고 가봐.” 그 한마디에 저는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충남 부여의 작은 농촌 마을로 향했습니다.도착한 비닐하우스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반투명 아치.. 2025. 7. 15.
지도에 없는 마을의 이름을 따라가 본 여행 요즘은 어디든 검색만 하면 나오는 세상입니다. 위치, 후기, 거리, 맛집, 숙소, 포토스팟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고 알려지는 시대에, 문득 궁금해졌습니다.“지도에 없는 마을은 어디로 갔을까?”그리고 그 마을의 이름을 듣고도 검색에 걸리지 않는다면, 거긴 과연 어떤 풍경일까?이 질문 하나로 저는 지인의 외할머니가 계시다는 ‘송내골’이라는 작은 마을로 검색되지 않는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네이버에도, 구글에도 나오지 않는 마을의 이름“외할머니 댁 어디세요?”“충북 괴산 쪽, 송내골이요.”“송내골? 거긴 처음 들어보는데요.”“지도엔 잘 안 나올 거예요. 택배도 종종 못 와요.”그 말에 저는 놀랐습니다. 이렇게 연결된 세상에서도 누군가의 ‘일상’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요.송내골은 네이버 .. 2025. 7. 15.
혼자 밥 먹는 식사 여행 “오늘 하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만 먹고 돌아오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이 여행의 유일한 목표였습니다.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사진도 찍지 않고, 그저 밥을 먹는 시간에만 집중하는 고요한 식사 여행.많은 사람에게 여행은 ‘보는 것’과 ‘남기는 것’이 중심이지만 저는 이번엔 ‘씹는 것’, ‘느끼는 것’, ‘채우는 것’에 집중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깊은 이 여행을 나눠보려 합니다.식당을 정하는 기준 - 메뉴 말고 분위기여행지는 전주.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은 도시지만 이번엔 오로지 ‘밥’만이 목적이었습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면서도, 메뉴보단 ‘조용히 혼자 앉아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을 기준으로 잡았습니다.결국 찾아간 곳은 한옥마을.. 2025.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