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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없는 맛집만 찾아가 보기 – 검색을 끊고 감각을 켜다

by love6967 202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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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식당 SNS에 없는 맛집

 

요즘 여행의 시작은 검색입니다. ‘○○ 지역 맛집’, ‘○○ 카페 추천’, ‘○○ 인생샷 명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같은 장소, 같은 음식, 같은 각도로 여행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여행에서 SNS, 블로그, 유튜브, 검색 모두를 끊고 오로지 직감, 간판, 냄새, 사람의 추천만으로 식당을 골라보기로 했습니다.

이 여행의 규칙은 단 하나. 검색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은 길만 안내하게 하고, 맛에 대한 사전 정보는 ‘제로’ 상태로 떠났습니다.

동네 주민에게 묻는 것이 첫 번째 맛의 기준

첫 번째 도시는 전라북도 군산. 버스터미널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편의점에 들러 물을 사고 계산대 직원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여기서 밥 어디서 드세요?”

그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바로 앞에 김치찌개집 있어요. 저희 점장님이 거기만 가요.”

그 식당은 아주 평범한 간판에 외부 SNS 흔적은 전혀 없었고 메뉴는 단 하나, ‘김치찌개 1인분 8,000원’. 내부는 아저씨들로 가득했고, 주방에서는 할머니 한 분이 조용히 국자를 들고 계셨습니다.

김치찌개는 자극적이지 않고 된장과 묵은지를 오래 끓인 듯한 깊은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SNS엔 없었지만, 제 혀에는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간판의 촉감과 색으로 판단하기

다음 날엔 아무도 묻지 않고 ‘간판만 보고 고르기’에 도전해 봤습니다.

기준은 이렇습니다: 너무 새것은 피한다. 프랜차이즈는 제외한다. 내부가 적당히 허름하면 점수 +1.

그렇게 들어간 곳은 “○○기사식당”이라는 이름의 2층짜리 식당. 입구는 좁고, 메뉴는 백반이 전부. 저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고, 반찬 6가지와 고등어구이, 된장국이 나왔습니다.

아무 설명도, 홍보도 없었지만 그 반찬 하나하나가 정직하게 담긴 손맛이었습니다. 사장님은 말이 없었고, 식사 중엔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15분은 SNS 리뷰 5만 개보다 더 생생한 진심이었습니다.

검색을 끊으면 시선이 바뀐다

검색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주변을 더 자세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곳, 냄새가 좋은 방향, 그리고 점심시간 무렵의 인기 동선…

검색이 ‘최고’를 찾아주는 도구라면 비검색은 ‘지금’에 집중하게 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맛이 아주 특별하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서 먹는 의미는 검색 맛집과 비교할 수 없는 울림이 있었죠.

무엇보다도 그 맛은 나만의 것이었고, 다시 찾을 수 없어 더 귀했습니다.

검색 없이 떠난 여행에서 발견한 건 ‘감각’이었다

검색을 끊고 떠난 이번 여행은 정보가 없는 대신 감각이 깨어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손님의 표정, 간판의 질감, 거리의 흐름, 주인의 손놀림…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지도처럼 다가왔습니다.

SNS에 없다고, 블로그에 없다고, 그곳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검색되지 않는 곳에 진짜 나만의 맛과 여행이 숨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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