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지도에 없는 마을의 이름을 따라가 본 여행

by love6967 2025. 7. 15.
반응형

지도에 없는 마을의 이름을 따라가 본 여행

 

 

요즘은 어디든 검색만 하면 나오는 세상입니다. 위치, 후기, 거리, 맛집, 숙소, 포토스팟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고 알려지는 시대에,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지도에 없는 마을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그 마을의 이름을 듣고도 검색에 걸리지 않는다면, 거긴 과연 어떤 풍경일까?

이 질문 하나로 저는 지인의 외할머니가 계시다는 ‘송내골’이라는 작은 마을로 검색되지 않는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에도, 구글에도 나오지 않는 마을의 이름

“외할머니 댁 어디세요?”
“충북 괴산 쪽, 송내골이요.”
“송내골? 거긴 처음 들어보는데요.”
“지도엔 잘 안 나올 거예요. 택배도 종종 못 와요.”

그 말에 저는 놀랐습니다. 이렇게 연결된 세상에서도 누군가의 ‘일상’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요.

송내골은 네이버 지도에도 안 나왔고, 구글에서도 정확한 위치가 안 잡혔습니다. 가장 가까운 주소는 ‘괴산군 ○○면 ○○리’, 그것뿐이었습니다.

그 마을 이름 하나만 들고, 저는 버스와 도보, 그리고 마지막엔 지인의 안내를 받아 송내골로 향했습니다.

이름 하나만 가진 곳에서 만난 것들

송내골은 말 그대로 골짜기였습니다. 산과 산 사이, 하천 옆으로 서너 채의 집이 흩어져 있었고, 마을회관 대신 할머니 집 처마 밑 평상이 ‘광장’ 역할을 하고 있었죠.

‘여기서 뭐 해요?’라는 질문에 “그냥 살아, 뭐.”라고 웃는 어르신들. 무엇을 하지 않기 위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말이 딱 맞는 곳이었습니다.

전깃줄에 매달린 감, 비닐하우스 사이로 걷는 고양이, 화단처럼 자란 들풀, 그리고 그 속에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진을 찍으려다 말았습니다. 이 마을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머무는 것 자체가 답이 되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없어도, 이야기는 있는 곳

송내골에선 주소도, 표지판도, 카페도 없었지만 이야기는 넘쳐났습니다.

“저 집은 30년 전엔 양봉하던 데야.”
“저쪽 옹달샘은 우리 손자 이름 붙인 거야.”
“여긴 전에 논이었는데, 멧돼지가 자주 와서 감나무로 바꿨어.”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 마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분명히 살아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해가 지고 마을에 불빛 하나둘 들어오는 걸 보며 저는 ‘기록되지 않아도 존재하는 세계’가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견한 여행의 본질

이 여행은 유명한 장소를 향한 여정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수 있는, 나만의 조용한 기록이었습니다.

지도에 없어도 존재하는 마을, 검색되지 않아도 따뜻한 풍경, 표시되지 않아도 정확히 존재하는 삶의 자리.

송내골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여행은 발견이지, 검색이 아니다’라는 걸 배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