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나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물놀이를 즐기고 싶었습니다. 워터파크는 많지만, 이상하게도 캐리비안 베이는 몇 년 전부터 가보지 않았던 곳이라 마음이 끌렸습니다. 친구들이 추천하는 코스는 많았지만, 나는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 흔히 올라오는 '아침부터 슬라이드 풀코스' 대신, 나만의 페이스대로 여유롭게 즐기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날 밤, 작은 방수 가방에 수건, 워터슈즈, 방수팩, 그리고 챙이 넓은 모자를 챙겼습니다. 무엇보다도 캐리비안 베이 앱을 깔아 미리 몇 가지 예약을 걸어뒀습니다. 인기 시설 몇 개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침에 허둥대지 않고 들어가자마자 바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침 9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입구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보통은 슬라이드로 달려가야 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일부러 반대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실외 파도풀은 사람들이 몰리기 전, 아침 햇빛이 비칠 때가 가장 좋습니다. 물이 아직 차갑게 유지되고, 파도에 몸을 맡기면 전날 쌓인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 순간, 멀리서 아이들이 웃으며 떠드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잠시 눈을 감고 파도에 몸을 맡겼습니다.
실외에서 실내로, 숨겨진 동선 찾기
파도풀에서 충분히 놀고 나니 시간이 10시를 조금 넘었습니다. 이때부터 인기 슬라이드에 줄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타워 부메랑고나 아쿠아루프로 몰리는데, 나는 오히려 실내존으로 들어갔습니다.
실내에는 대형 유수풀이 있는데, 오전 시간대에는 거의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조용히 튜브에 몸을 맡기고 유유히 떠다니며 천장을 올려다보는 시간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했습니다. 특히 실내 유수풀의 한쪽 끝에 있는 작은 바위 동굴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용히 쉴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한참을 보내고 나니 배가 고팠습니다. 대부분 점심은 햄버거나 치킨을 사 먹지만, 나는 조금 더 특별하게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캐리비안 베이 안쪽의 '트로피컬 다이닝'으로 향했습니다. 여기는 여름 시즌 한정으로 코코넛 밀크와 열대과일을 넣은 냉라면을 판매하는데, 시원한 국물과 달콤한 과일이 의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가족들을 보며, 나도 디저트를 하나 시켜 먹었습니다.
점심 후에는 바로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실내 사우나 존에서 몸을 데웠습니다. 물놀이를 오래 하면 몸이 금방 식기 때문에 중간에 온탕에 들어가면 훨씬 오래 놀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알고 나서는 하루 종일 지치지 않고 놀 수 있게 됐습니다.
오후와 저녁, 캐리비안 베이의 또 다른 얼굴
오후가 되면 태양이 가장 뜨겁고, 사람들은 대부분 그늘막에 모여 휴식을 취합니다. 나는 이 시간에 오히려 인기 슬라이드를 이용합니다. 대기줄은 길지만, 햇볕이 뜨거울 때 물에 젖은 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타워 부메랑고에서 급경사를 내려올 때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짜릿함이 느껴졌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나는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카리브의 밤' 야간 이벤트였습니다. 입장 시에 미리 야간 패스를 신청해 두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퇴장하지 않고 계속 머물 수 있었습니다. 해가 완전히 지면, 워터파크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합니다. 음악이 커지고, 풀사이드에는 조명이 반짝이며, DJ가 무대를 장악합니다.
나는 야간 파도풀에 들어갔습니다. 낮과 달리 파도는 조금 더 강하고, 물 위에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반사되어 마치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옆에서는 친구들끼리 춤을 추고, 연인들은 손을 잡고 물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잠시 물에서 나와 불꽃놀이를 보는데, 하늘 위로 터지는 불꽃이 물에 반사되는 장면은 그 어떤 사진보다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나만의 캐리비안 베이 여행법
이번 2025년 여름 캐리비안 베이 여행은, 남들이 추천하는 코스 대신 나만의 동선과 리듬을 따라갔기 때문에 더 특별했습니다. 아침에는 한적한 파도풀, 오전엔 숨겨진 실내존, 점심은 이색 메뉴, 오후엔 인기 슬라이드, 그리고 밤에는 환상적인 풀사이드 파티까지. 하루 동안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워터파크를 세 번 경험한 기분이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필수 코스'만 따라가면, 그곳의 진짜 매력을 절반밖에 느끼지 못합니다. 조금 더 여유롭게, 그리고 자신만의 루트를 만들어 보세요. 그러면 캐리비안 베이는 단순한 워터파크가 아니라, 평생 기억에 남는 여름의 한 페이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