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아이들과 함께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금호리조트로 1박 2일간의 물놀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복잡하지 않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실내 워터파크가 있다는 점에서 이곳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사실 도착 전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게 더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동과 도착, 첫인상
저희는 서울에서 KTX를 타고 나주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일찍 움직여서 점심 전에는 리조트에 도착했는데요, 나주역에서 화순 금호리조트까지는 차로 약 40분 정도 걸립니다. 렌터카를 미리 예약해뒀기 때문에 아이들과 짐을 실은 뒤, 중간에 화순적벽 전망대를 잠깐 들렀다가 리조트로 향했습니다. 이 예고 없이 들른 장소 덕분에 여정이 더 자연스럽고 여유로웠습니다.
리조트 외관은 오래되어 보였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프런트 직원분들도 친절했고요.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는데도 짐을 맡길 수 있었고, 바로 워터파크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시간이 곧 자산이잖아요. 숙소 들어가서 짐 푸는 데 한참 쓰는 일 없이 곧바로 놀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워터파크에서의 반나절
금호리조트 워터파크는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구성과 동선이 효율적으로 짜여 있었습니다. 유아용 풀장, 미끄럼틀, 인공 파도풀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이 다 갖춰져 있었고요. 실내라서 날씨 걱정 없이 하루 종일 놀 수 있다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이었습니다.
특히 워터파크 한쪽 구석에 마련된 조용한 스파 공간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추위를 타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잠깐 몸을 녹일 수 있는 온수풀이 있어서 피로감도 덜했고요. 저도 그곳에 잠시 혼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가족 여행 중에 드물게 찾아온 정적인 순간이랄까요.
물놀이 후에는 리조트 내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었는데, 된장찌개와 간장게장, 잡채 같은 메뉴들이 꽤 괜찮았습니다. 외출하지 않고도 한 끼를 든든히 해결할 수 있어 피곤한 아이들을 배려하는 데도 도움이 됐고요.
리조트에서의 시간과 주변 산책
다음 날 아침은 한식 백반 스타일의 조식이었는데, 간단하고 담백해서 아이들 입에도 잘 맞았습니다. 체크아웃 전에는 리조트 뒷편 산책로를 다녀왔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였는지 거의 사람이 없었고, 숲 속 산책길이 조용하고 정갈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좋았습니다.
산책 중 다람쥐도 보고,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걷는 그 시간이 의외로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워터파크가 여행의 하이라이트였지만, 이런 조용한 순간이 전체 여행의 결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습니다.
이 화순 금호리조트 여행이 특별했던 이유는, 뭔가 대단한 걸 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예상 밖의 여유와 조용함 덕분이었습니다. 물놀이도 충분히 즐기고, 아이들과 좋은 대화도 나누고, 자연 속에서 작은 산책까지. 과하지 않아서 더 편했고, 크지 않아서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짧지만 밀도 있는 시간이었고요.
바다나 계곡처럼 북적이는 여름휴가가 부담스러우셨다면, 이곳처럼 작고 조용한 리조트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아마 다음 여름에도 한 번 더 찾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