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호의'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거창한 도움의 손길이나 특별한 사건보다는, 어쩌면 스쳐 지나갔을 법한 적은 친절이나 배려가 떠오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최근 문형배 재판관님의 책 『호의에 대하여』를 읽으며, 제 삶 속에 무수히 스며들어 있었지만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적은 호의의 순간들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주고받는 적은 선의와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주었습니다. 살면서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부닥치거나, 마음이 유난히 힘든 날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워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 것은, 때로는 묵묵히 건네진 따뜻한 말 한마디였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적은 도움의 손길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소박한 호의들이야말로 복잡한 사회를 지탱하고, 우리의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제가 경험했던 몇 가지 호의의 순간들과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여러분과 나누려 합니다.
적은 호의, 큰 울림: 예상치 못한 도움의 손길
몇 년 전, 저는 정말 난감한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 지방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자동차 타이어 펑크가 난 것입니다. 인적 드문 국도변에서 휴대전화 배터리까지 방전되어 막막함에 한숨만 내쉬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금세 공황 상태에 빠졌을 테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덤덤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지나가는 차 한 대 없는 고요함 속에서, 저는 문득 "이대로 밤을 새워야 하나"라는 황당한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한 대의 트럭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트럭은 제 차 앞에 멈춰 섰고, 인상 좋은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내리셨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으신 아저씨는 말없이 트렁크에서 연장통을 꺼내셨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펑크 난 타이어를 확인하시고는, 예비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한참 뒤 겨우 배터리가 복구되어 연락처를 여쭙고 사례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저씨는 그저 "조심히 가세요"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시고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그날의 아저씨는 제게는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구원의 손길이었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베풀어진 그 적은 '호의'는 단순히 타이어를 교체해 준 것을 넘어, 저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다시 가지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때 비로소 호의의 진정한 가치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저 또한 누군가의 적은 아저씨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합니다.
호의의 파급력: 선의가 선의를 낳는 기적
호의는 받는 사람에게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그 호의가 적은 씨앗이 되어 또 다른 선의를 싹틔우기도 합니다. 저는 한 번은 마트에서 적은 호의를 경험하고 그 호의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지를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계산대 앞에서 제 앞에 계시던 할머님께서 지갑을 찾으려 한참을 허둥대셨습니다. 마침 잔돈이 모자라 결제를 망설이는 할머님께 제가 부족한 금액을 대신 결제해 드렸습니다. "괜찮습니다, 적은 금액인걸요"라고 말씀드렸고, 할머님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웃으셨습니다. 저는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장바구니를 챙겨 계산대를 나오는데, 잠시 후 제 뒤에 서 계셨던 젊은 아주머니께서 제가 깜빡 잊고 두고 온 물건을 급히 들고 뛰어오셨습니다. "혹시 이거 두고 가신 거 아니세요?" 그 순간, 제 마음속에 작은 깨달음이 스쳤습니다. 제가 할머님께 베풀었던 작은 호의가, 그 아주머니에게 알 수 없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그 에너지가 다시 저에게 돌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아주머니는 제가 앞에서 했던 일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호의가 마치 바이러스처럼, 선한 에너지를 퍼뜨리는 힘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선의는 단순히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퍼져나가며 사회 전체를 더욱 밝고 따뜻하게 만드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저는 호의가 단순히 개인의 감정을 넘어,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일상 속 호의를 키우는 지혜: 나의 마음가짐부터
그렇다면 우리는 이 호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일상 속에서 더욱 잘 키워나갈 수 있을까요? 거창한 행동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저처럼 매일 운전하며 도로 위에 있을 때, 깜빡이를 켜는 차량에 양보를 해주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다면 잠시 멈춰 기다려주는 것도 호의일 수 있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났을 때, 먼저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 출근길 카페에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작은 호의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러한 작은 실천들을 늘 마음에 새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바로 '마음가짐'에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순간들 속에서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는 기회들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에서 힘들어 보이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 혹은 동료의 힘든 표정을 보고 먼저 안부를 묻는 것과 같은 행동들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 사회는 더욱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모두 바쁜 일상을 살아가기에 때로는 이런 마음가짐을 갖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라도 한 번 더 따뜻한 마음을 내어보는 연습을 한다면, 분명 우리 주변에는 선의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호의는 곧 우리 자신의 행복
결론적으로, '호의'는 단순히 타인을 돕는 행위를 넘어 우리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었을 때 느껴지는 그 따뜻한 마음,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받은 호의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었던 경험들은 저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문형배 재판관님의 책처럼, 호의는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이자,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