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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치앙마이 송끄란 축제여행 체험기

by love6967 202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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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치앙마이

 

여행 중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이 가장 오래 남습니다. 2025년 4월, 저는 태국 북부 도시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송끄란 축제에 참여했습니다. 단순히 물을 뿌리는 이벤트일 줄 알았던 이 축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문화였고, 거리 전체가 웃음과 전통, 그리고 젖은 추억으로 흘러넘쳤습니다. 오늘은 그 진짜 ‘물의 도시’에서 경험한 치앙마이 송끄란 축제의 3일간 이야기를 공유해 봅니다.

치앙마이에 도착한 첫날, 평화로움 속의 예고된 전쟁

4월 12일 저녁, 치앙마이에 도착했을 때 공기는 더웠지만 이상하리만치 평화로웠습니다. 올드타운 주변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하고, 시장과 사원을 둘러보며 조용한 첫날밤을 보내던 중 주인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일 아침부터는 정신이 없을 거예요. 방수팩 꼭 챙기세요.”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다음 날 아침, 저는 바로 깨닫게 됩니다.

송끄란 첫날, 전 세계가 물에 미친다

4월 13일 아침 10시. 게스트하우스를 나서자마자 양동이, 물총, 얼음물, 심지어 소방호스까지… 도시 전체가 물싸움의 전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현지인부터 관광객까지 모두 같은 무기를 들고 같은 규칙을 따릅니다. “물에 젖는 걸 피하지 말 것. 맞고도 웃을 것.”

치앙마이 올드타운을 감싸고 있는 해자 주변 도로는 사람들이 줄지어 물을 뿌리는 주 무대였고, 저는 몇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양동이 한 바가지를 뒤집어쓰곤 했습니다.

중간중간 이동식 DJ 부스에서 터지는 EDM, 사원 앞에서 뿌려주는 축복의 물, 그리고 모든 이를 향한 환한 웃음. 물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정화와 환영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이날 처음으로 피부로 느꼈습니다.

두 번째 날,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물의 문화제

4월 14일, 저는 사원 중심의 전통 송끄란 행사에 참여해 보기로 했습니다. 왓 프라씽 사원 앞에는 꽃과 향으로 장식된 불상이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향수를 뿌리며 한 해의 복을 기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물싸움보다 마음을 씻는 날 같았습니다. 조용히 불상에 물을 끼얹고, 아이들이 어르신의 손에 향수 물을 뿌리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다시 열기가 고조됩니다. 전통 의상을 입은 퍼레이드 팀이 음악에 맞춰 행진하고, 전통 북소리와 함께 물벼락이 날아드는 풍경은 치앙마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물의 축제였습니다.

마지막 날, 물에 익숙해졌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3일째가 되자, 저는 물에 젖는 것도, 물을 뿌리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젠 방어가 아니라 참여가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재미있는 건, 현지인들 대부분이 웃으며 “Happy Songkran!”이라고 외치며 물총을 겨누거나 양동이를 들이댄다는 점입니다. 그 안에는 장난이 아니라 정중한 인사와 환대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물을 뿌리며,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이 도시가 이 축제를 통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에 젖는 순간, 나는 그 도시의 사람이 된다

치앙마이 송끄란 축제는 단지 여름철의 재미있는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이 도시 사람들이 서로를 축복하고 환영하는 방식이었고, 물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이어가는 문화였습니다.

처음엔 카메라를 보호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옷이 젖고, 물에 놀라기도 했지만 3일이 지나자 저는 “물이 닿는 순간, 마음이 열린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2025년 4월, 나는 물을 맞은 게 아니라, 그 도시의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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