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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주제로 한 나라별 장례문화 여행기

by love6967 2025.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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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주제로 한 나라별 장례문화 여행기

 

사람들은 흔히 여행을 즐거움과 해방의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이유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죽음을 마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도 바라나시의 강변, 인도네시아 토라자의 고원, 그리고 아프리카 가나의 관 제작소에서 저는 세 번의 장례를 지켜보며, 죽음이 그저 끝이 아니라 ‘문화’가 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죽음과 가장 가까운 그 여행지들에서 저는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도 바라나시 - 갠지스 강변에서 본 ‘해탈의 불꽃’

첫 여정은 인도였습니다. 바라나시는 힌두교도들에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성지입니다. 공항에 도착한 날, 더운 공기와 함께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갠지스 강변에 도착하자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니카르니카 가트가 눈에 들어왔고, 화장터의 불꽃은 밤낮없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한 현지인의 안내로 가까운 곳에서 장례를 지켜보았습니다. 하얀 천에 싸인 시신이 들려오고, 가족들이 눈물 대신 ‘옴 나마 시바야’를 외치며 영혼의 해탈을 기원했습니다. 사진은 금지였습니다. 대신 나는 마음속으로 그 순간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곳의 분위기가 두렵거나 슬프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강에서 수영을 하고, 노인들은 조용히 명상 중이었습니다. 죽음은 이곳에서 ‘끝’이 아니라 ‘통과’였습니다. 바라나시의 여행은 내게 ‘죽음과 공존하는 법’을 가르쳐줬습니다. 그것이 바로 첫 번째 배움이었습니다.

토라자에서의 며칠 - 죽은 자와 함께 사는 문화

두 번째 여정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토라자였습니다. 도착 첫날부터 문화적 충격이 있었습니다. 내가 머문 민박집에는 가족의 조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2년 넘게 집 안에 보관되어 있었고, 매일 아침 "할아버지, 잘 주무셨어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라마톤이라는 장례 축제에 참석한 날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수백 명이 모인 광장에서 전통 복장을 입은 이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죽은 자를 위해 버펄로를 제물로 바쳤습니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며, 그들이 죽음을 ‘존중과 자부심’으로 보내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틀 밤을 함께한 토라자 가족은 제게 "죽음은 멀리 있지 않아요. 늘 함께 있어요. 그래서 우린 삶도 더 소중히 여겨요."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느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 경외심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 여행은 죽음에 대한 나의 공포를 ‘이해’로 바꿔주었습니다.

가나 - 웃으며 떠나보내는 판타지 장례식

마지막 여정은 아프리카 가나였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죽음을 가장 유쾌하게 보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크라 외곽의 ‘관 제작 마을’을 방문했을 때, 장인들이 열심히 색색의 페인트를 칠하며 거대한 휴대전화 모양의 관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분은 전화기를 너무 좋아했대요. 그래서 마지막 침대가 이겁니다." 며칠 뒤, 나는 그 관이 사용되는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음악과 춤, 음식이 넘쳐났고, 모두가 웃고 있었습니다. 죽음을 슬픔이 아닌 축제로 여긴다는 게 실감 났습니다. 가나 사람들에게 죽음은 인생 최대의 기념일이자, 고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하나의 연극이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리듬을 탔습니다. 처음엔 ‘죽음을 축제처럼 대하는 게 예의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이건 고인을 위한 진짜 작별이자, 남은 자들을 위한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세 번째 여행은 죽음을 ‘기억’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바라나시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토라자에서 죽음과 함께 사는 법을, 가나에서 죽음을 기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세 나라의 장례문화는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진리가 있었습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곧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 여행을 통해 나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더 깊은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마주하고 이해하는 여행은, 결국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가장 진한 여행이었습니다. 당신도 언젠가 이 여정을 떠나보길 바랍니다.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더 소중해질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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