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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커피 여행기 (에스프레소, 문화, 바)

by love6967 202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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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커피 여행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현지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였습니다. TV 속 이탈리아 사람들이 거리의 작은 바(bar)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빠르게 마시고 나오는 장면이 항상 인상 깊었거든요.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이탈리아 곳곳을 다니며 체험한 에스프레소 문화와 커피 바의 매력을 생생하게 공유해 보겠습니다.

로마에서의 첫 에스프레소, 강렬했던 첫인상

이탈리아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로마의 중심가였습니다. 짐을 풀자마자 거리로 나서, 평범해 보이는 바에 들어갔습니다. 간판은 크지 않았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에 끌려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죠. 이탈리아에서는 '바(bar)'가 술집이 아니라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공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현지인처럼 서서 커피를 마시기로 결심했습니다. 바에 서자마자 바리스타가 미소를 지으며 "Un espresso?"라고 물었고, 고개를 끄덕이니 금세 작은 잔이 제 앞에 놓였습니다. 작고 두툼한 도자기 잔에 담긴 진한 에스프레소. 한 모금 마시자마자 정말 다른 세계에 온 기분이었어요. 강하지만 부드러운 풍미, 입안에 감도는 쌉싸름한 향,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안에 느껴지는 강렬함. 이 한 잔이 제가 상상하던 ‘이탈리아 커피’ 그 자체였습니다. 로마에서는 대부분의 바가 ‘서서 마시기’를 기본으로 하며, 앉아서 마시려면 테이블 요금이 추가됩니다. 그래서 아침에는 출근 전 바에 들러 에스프레소 한 잔, 크로와상 하나를 빠르게 먹는 게 이들의 문화더라고요. 속도감 있으면서도 여유로운 그들의 커피 타임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피렌체 골목길 바에서 만난 커피의 품격

로마를 지나 피렌체로 향했을 때, 저는 좀 더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커피를 즐기고 싶었습니다. 유럽의 예술 도시답게 피렌체에는 감성적인 소규모 카페들이 많았고, 저는 골목길 끝에 위치한 작고 정갈한 바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의 바리스타는 중후한 나이의 신사였고, 손님 한 명 한 명을 정성껏 맞이하더라고요. 저는 그날 ‘마키아토’를 주문했습니다. 에스프레소 위에 소량의 우유 거품이 얹힌 마키아토는 첫맛은 부드럽고, 끝맛은 진하게 남아 여운이 길었습니다. 피렌체에서는 커피와 함께 디저트를 곁들이는 문화도 활발했어요. 제가 간 카페에서는 현지인이 추천해 준 '비스코티(아몬드 쿠키)'와 함께 커피를 즐겼는데, 이 조합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조용한 골목에 앉아 유서 깊은 벽돌 건물과 사람들의 일상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일종의 '작은 휴식'처럼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피렌체의 바에서는 커피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예술에 가까웠습니다.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상 속 문화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죠.

이탈리아 커피 문화

이탈리아의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여행을 하면서 점점 깨닫게 된 건, 그들의 ‘에스프레소 문화’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첫째, 짧고 진하게 즐기는 방식. 이탈리아 사람들은 긴 시간을 카페에서 보내기보다는 바에 들러 빠르게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도 커피의 향, 온도, 사람과의 짧은 대화까지 모두 즐길 줄 알더라고요.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커피에만 집중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죠. 둘째, 커피는 대화의 매개체입니다. 로마, 피렌체, 밀라노 어디서든 현지인들은 바에서 만난 사람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고, 간단한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심지어 언어가 서툰 저에게도 “한국에서 왔니?”라며 미소로 인사해 주던 그 따뜻함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통해 지역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같은 에스프레소라도 로마, 피렌체, 나폴리의 바마다 미묘하게 맛이 달랐고, 분위기 또한 제각각이었습니다. 단순히 ‘커피’ 하나를 매개로 도시의 성격까지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이탈리아에서의 커피 여행은 단순한 미각의 경험을 넘어, 문화와 사람, 도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진한 한 잔의 에스프레소에서 느낄 수 있는 이탈리아의 감성, 그 여운은 아직도 제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만약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바(bar)에서 서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한 잔, 꼭 경험해 보세요. 당신의 여행이 더 깊고 진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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