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세계를 마주하는 일입니다. 매번 떠날 때마다 저는 조금씩 ‘나’를 찾아갔고, 어느 순간 진짜 나다운 나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낯선 도시와 낯선 사람들 속에서 ‘진짜 나’를 찾게 된 특별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스페인 골목길에서 마주한 불안한 내 모습
바르셀로나의 어느 저녁, 좁은 골목길을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주변은 낯설고, 언어는 통하지 않았으며, 구글 지도마저 오작동 중이었죠.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내가 왜 여길 혼자 왔을까” 하는 자책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해할까? 낯선 공간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를 잃고 있었던 겁니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후 조용히 일기장을 펴고 적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타인의 시선에 너무 흔들리고 있었다.’ 그걸 여행 중에 처음 깨달았습니다. 누군가가 이끌어주지 않으면 불안했던 제 자신을 마주한 시간이었고, 그 후로는 한결 담담해졌습니다. 여행은 나를 외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내 감정의 진심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저는 낯선 길이 두렵지 않아 졌습니다. 오히려 내가 누구인지 묻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체코에서의 뜻밖의 대화가 내 안의 벽을 무너뜨리다
프라하의 한 작은 카페에서, 옆자리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온 사진작가였고, 저를 보자마자 “혼자 여행 중이세요? 정말 용기 있어 보여요”라고 했습니다. 그 한마디가 제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나는 늘 ‘혼자 다닌다’는 말에 쓸쓸함을 담곤 했는데, 누군가에겐 그게 용기로 보인다는 사실에 울컥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제 모습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의 방식으로 살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겁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내 마음에 오랜 울림을 남겼던 만남이었습니다.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대화 이후 저는 더 이상 여행이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고 느끼게 됐습니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이 가능했고, 그 안에서 저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여행은 사람을 통해, 또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를 비추어보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산책길에서 떠오른 '진짜 행복'의 의미
교토의 한적한 신사길을 걷다가, 한 노부부가 손을 맞잡고 웃으며 걷는 장면을 봤습니다. 단순했지만 너무 따뜻했고, 그 순간 ‘행복’이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보통 행복을 미래에 두고 살죠. 이루고, 얻고, 도착해야 행복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 부부는 지금, 이 순간을 함께 걸으며 충분히 행복해 보였습니다. 저도 그날 이후 ‘지금’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사건이나 성취가 없어도, 그 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면 그게 진짜 행복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교토에서의 그 오후, 아무도 없던 조용한 골목에서 그 장면은 제 삶의 기준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언제 행복할까?’라는 질문보다는 ‘지금 행복한가?’라고 물어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여행을 통해 단지 '시간을 보내는 법'이 아니라, '시간을 느끼는 법'을 배웠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멈춰 서는 법, 숨 고르는 법,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은 어떤 여행지보다 그 안에서 보낸 ‘느린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은 풍경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었습니다. 도시마다, 거리마다 제가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했고, 마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진짜 ‘나’를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이 글이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길을 잃을 때, 우리가 진짜 나를 만나는 법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