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여름휴가, 특별하게 보내고 싶으셨던 적 없으신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늘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탐색하곤 합니다. 이번 여름,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진짜 ‘휴식’을 느낄 수 있는 비인기 명소 세 곳을 다녀왔습니다. 이 낯설지만 진솔한 여정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다음 여행에 작은 영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적해서 더 좋았던 ‘전북 부안 내소사 템플스테이’
올해 여름 첫 여행 목적지로 간 곳은 전북 부안에 위치한 내소사입니다. 흔히 전주나 군산처럼 이름 있는 도시들로 떠나곤 하는데요, 인파가 많은 곳보다는 한적한 고요 속에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었기에, 한적한 산속에서의 템플스테이를 선택했습니다. 내소사에 도착한 건 오후 3시쯤, 기이할 정도로 조용한 그곳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담백한 채식 공양이 주는 여운, 목조건물의 고즈넉함은 호텔의 화려함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곳에선 휴대폰을 꺼두고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여행이 반드시 화려할 필요는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고, 몸과 마음이 모두 쉬어간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대중적이지 않고 특별하지 않아 오히려 그 가치가 높았던 이 여행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치유’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여행의 새로운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강원도 ‘양양 구 비행장 해변’
두 번째 목적지는 강원도 양양이었습니다. 그런데 낙산해수욕장이나 일반적인 서피비치가 아닌, 내비게이션에도 정확히 찍히지 않는 ‘구 양양비행장 해변’을 향했습니다. 이곳은 한때 폐쇄 비행장이었던 장소를 주민들이 비공식적으로 개방하면서 생겨난, 말 그대로 시크릿 비치입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지나며 망설이기도 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그 고생이 무색할 만큼 눈앞 풍경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백사장은 손발자국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정말 깨끗했고, 소금기 섞인 바람은 저에게 조용히 인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다에서 뛰기보다 그저 조용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읽고 싶었던 책 세 권을 들고 갔고, 몇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여유가 사치가 아닌 진정한 행복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남해 ‘금산 암자길’에서 찾은 내 마음의 조각
세 번째 장소는 남해 금산입니다. 보통 남해라 하면 독일마을이나 다랭이 마을 정도만 떠올리시는데요, 저는 ‘금산 암자길’이라는 오르막을 따라 나 있는 좁은 길을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이 길은 비관광지로, 실제로 산책하는 사람을 하루에 스무 명도 보기 힘든 한적한 코스입니다. 차를 멈추고 걸음을 옮기다 보면 길 중간중간에 놓인 작은 불상들과 공터가 보여 잠시 숨을 고르기에 참 좋은 장소들이 이어집니다. 저는 여행이 꼭 뭔가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닌, ‘나를 만나러 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산의 그 길을 걷는 동안 어지러웠던 감정들이 조금씩 정리되었고 돌아오는 길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여행은 꼭 유명한 곳이나, 사진 잘 나오는 곳만을 갈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남들이 가지 않는 장소에서야말로 진짜 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제가 다녀온 내소사, 구 비행장 해변, 금산 암자길은 그런 여정을 위한 최적의 여행 장소였습니다. 이번 여름, 조금은 남들과 다르게, 조금은 조용하게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신만의 비인기 명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 지금부터 준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