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여름은 늘 뜨겁고 바쁘지만, 한 번쯤은 그 열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올여름, 저는 진주 남강 물빛축제를 찾아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한여름 밤, 강 위에 빛이 흐르고, 물안개 사이로 음악이 울려 퍼지는 풍경. 그건 단순한 축제를 넘어선, 마치 영화 한 장면처럼 제 기억 속에 남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다녀온 진주 남강 물빛축제의 여정을 나눠보려 합니다.
해 질 무렵 도착한 진주, 강물 위에 첫 불이 켜지다
진주에 도착한 건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남강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아직은 평온한 강변과 노란 햇살이 도시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자, 남강 위로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물 위에는 커다란 연꽃 조형물, 물고기 모양의 조명, 전통등과 현대적인 미디어아트가 조화롭게 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빛이 살짝 흔들리는데, 그게 꼭 강물이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강 건너편 진주성이 조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이 축제의 진짜 시작이 시작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물빛 퍼레이드와 음악 분수, 그리고 가족들 웃음소리
밤이 되자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남강 다리 아래에서는 분수쇼가 시작됐고, 음악에 맞춰 솟구치는 물줄기와 조명이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분수를 향해 달려가 물방울을 맞으며 웃었고, 어른들도 휴대폰을 꺼내 연신 영상을 찍었습니다.
특히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던 물빛 퍼레이드는 수상 보트를 타고 강을 가로지르는 LED 퍼포먼스였는데, 각 배마다 진주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나 상징이 반영되어 있어 그저 화려함에 그치지 않고, 지역성과 스토리텔링을 함께 담고 있었습니다.
음악은 전통국악과 EDM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젊은 연인들, 가족 단위 관람객, 혼자 온 여행자들까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며 그 순간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진주성 야경과 야시장, 그리고 혼자 마신 복분자 막걸리
축제를 다 즐기고 나면 꼭 들러야 할 곳이 바로 진주성 야경입니다.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는 성벽을 따라 걷는 길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저는 그 길을 따라 한 바퀴 천천히 돌며, 오늘 본 물빛과 사람들의 웃음, 음악을 하나하나 떠올렸습니다. 그 후엔 근처 야시장에 들러 오징어 튀김과 복분자 막걸리 한 잔을 손에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소리 속에서도, 어쩐지 이 축제는 끝까지 ‘평온함’을 놓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진주는, 이 물빛축제라는 이름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흐르는 빛’을 하나씩 심어주고 있었던 겁니다.
여름이 내게 준 가장 조용한 선물
진주 남강 물빛축제는 단지 화려한 빛과 음악의 향연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축제의 진짜 매력은 ‘강 위에 잠시 머무는 감정’에 있었습니다. 여름이 되면 우리는 흔히 바다로 떠나지만, 강은 그보다 조금 더 느리고, 조금 더 고요하게, 마음을 품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올여름, 저는 남강 위로 흐르는 빛을 보며 여름이 꼭 뜨겁기만 한 계절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여름에도, 또 다른 강가에서 그 고요한 물빛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