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듯한 전통가옥 탐방
아침 일찍 도착한 하회마을은 안개가 살짝 끼어있어 더욱 신비로웠습니다. 입구에서 표를 끊고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양진당이었습니다. 99칸 대저택이라는 말이 실감 났는데, 실제로 서서 바라보니 그 위용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충효당에서는 운 좋게 문화해설사님을 만났습니다. "이 집은 류성룡 선생의 아들이 살던 곳인데, 보세요. 이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정원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요?"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마루에 앉아보니,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북촌댁 초가집에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며 직접 만든 전통차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곳까지 찾아와 주니 고맙다"며 웃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회탈춤 공연, 웃음과 감동의 50분
오후 2시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턱이 움직이는 하회탈의 독특함에 먼저 놀랐습니다. 다른 지역 탈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부네 역할의 배우님이었습니다. 관객석으로 내려와 저희 앞에서 익살스럽게 연기하시는데, 친구와 함께 배꼽 잡고 웃었습니다. 600년 전 서민들도 이렇게 웃으며 스트레스를 풀었겠구나 싶었습니다. 공연 후 체험시간에는 직접 탈을 써볼 수 있었습니다. 각시탈을 써보니 생각보다 무거웠습니다."이 걸 쓰고 50분 동안 "연기하시는 게 대단하다"라고 배우님께 말씀드렸더니, "전통을 지킨다는 마음가짐이면 무겁지 않다"라고 답해주셨습니다.
오감으로 즐긴 전통문화체험과 맛집
점심시간에는 마을 안 한정식집에서 안동찜닭을 먹었습니다. 서울에서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닭고기가 부드럽고 양념도 깔끔했습니다. 같이 나온 간고등어도 짜지 않고 고소했습니다.
식사 후에는 하회탈 만들기 체험을 했습니다. 2시간 동안 집중해서 만드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서 선생님께 계속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처음 만드시는 분치 고는 정말 잘하시네요"라는 격려를 받고 나서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전통차 체험장에서는 오미자차를 마셨습니다. 차를 우리는 과정부터 직접 해봤는데, 물 온도와 우리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하루 종일 걸어 다닌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습니다.
한복 체험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전통가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정말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양진당 앞에서 찍은 사진은 SNS에 올렸더니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습니다.
하회마을이 선사한 특별한 감동
해가 질 무렵, 마을을 한 바퀴 돌며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 도는 풍경을 보니 왜 '하회'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을 사람들의 따뜻함이었습니다. 길을 물어봐도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사진을 부탁드려도 흔쾌히 도와주셨습니다. "이런 곳에서 평생을 사시니 부럽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젊은 사람들이 자주 와서 활기를 불어넣어 줘야 우리도 힘이 난다"라고 하셨습니다. 60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전통가옥들, 세대를 이어 전해져 내려온 하회탈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인정까지. 하회마을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는 한옥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벌써부터 다시 방문할 날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