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갑작스럽게 체하거나, 속이 더부룩하다고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병원을 가기에는 애매하고, 바로 약을 먹이기엔 망설여질 때 저는 주로 자연 발효한 매실 장아찌를 꺼냅니다. 이 글은 실제로 저희 집에서 아이들이 체했을 때마다 꺼내어 먹이는 매실 장아찌 만들기 방법과 보관법, 그리고 활용법까지 기록한 생활형 레시피입니다.
매실 장아찌를 만들게 된 계기
처음부터 제가 매실 장아찌를 만들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몇 해 전, 큰아이가 갑자기 소화불량 증세를 보였을 때가 시작이었습니다. 식욕도 없고, 배를 자주 문지르며 답답하다고 했지만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때 이웃 어르신이 조심스럽게 건네준 것이 바로 집에서 만든 매실 장아찌였는데요. 아이가 한 조각을 입에 넣고 10분쯤 지나니 트림을 하더니 한결 편안해졌다고 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도 매실 장아찌를 직접 담가 보기로 결심했어요. 무엇보다 재료가 단순하고, 숙성만 잘 시키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매실은 6월 초, 청매실이 한창일 때 대량으로 구입해 설탕과 소금, 간장 비율을 다르게 하여 세 가지 버전으로 담가보았고요. 이 중 아이들이 가장 잘 먹은 것이 ‘소금 간장’ 베이스였습니다.
아이들이 잘 먹는 매실 장아찌 기본 레시피
재료 (1kg 기준):
- 청매실 1kg
- 천일염 1큰술
- 양조간장 500ml
- 정제수(또는 생수) 200ml
- 설탕 3큰술 (백설탕 또는 매실청)
과정:
- 매실은 꼭지를 제거한 뒤 물에 2~3시간 담가 떫은맛을 뺍니다.
-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완전히 말린 뒤 유리병에 담습니다.
- 냄비에 양조간장, 물, 소금, 설탕을 넣고 한 번 끓인 후 완전히 식힙니다.
- 식힌 간장물을 매실이 잠길 만큼 붓고, 뚜껑을 닫아 냉장 또는 서늘한 곳에서 숙성합니다.
- 1개월 후 매실을 꺼내고, 간장만 다시 한 번 끓여 식힌 뒤 부어주면 장기 보관이 가능합니다.
숙성은 최소 3주 이상이 좋고, 시간이 지나면 매실이 점점 검은빛을 띠며 짭짤한 감칠맛이 살아납니다. 아이들은 한 번에 1개 정도만 먹이면 되고, 저는 따뜻한 보리차에 장아찌 국물을 한두 방울 섞어 먹이기도 했습니다.
매실 장아찌 보관법과 아이 활용 팁
매실 장아찌는 장기 보관이 가능한 반찬 중 하나입니다. 특히 간장을 끓여 부었을 경우 냉장 보관하면 1년 이상도 무리 없이 두고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유리병에 날짜를 라벨링해서 2개월 숙성 이후부터 꺼내 씁니다. 아이들 체했을 때만 먹는 게 아니라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반찬으로 꺼내 주거나, 죽에 함께 썰어 넣으면 감칠맛을 더해주어 잘 먹습니다.
한 가지 팁은, 너무 짠 경우 얇게 썰어 찬물에 한두 번 헹군 후 사용하면 아이들 입맛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또 매실만 먹는 게 아니라 국물을 조금 덜어 따뜻한 물에 희석해 차처럼 마시게 해도 효과적입니다. 물론 빈속에 먹이는 건 피해야 하고요, 보통 식후 30분~1시간 사이에 주는 편입니다.
아이 소화엔 약보다 자연 발효 식품이 더 편안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조심스러운 건 작은 탈이 클 문제로 번지는 상황입니다. 물론 증상이 심하다면 병원에 가야겠지만, 평소처럼 체했을 때는 자극 없는 자연식이 더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저에게 매실 장아찌는 그중에서도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선택이었고요. 하루아침에 담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매년 초여름 한 번만 정성 들이면 1년을 든든하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혹시 아이의 체기나 소화불량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한 번쯤 매실 장아찌를 담가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집밥의 일부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