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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소수 민족 축제 현장

by love6967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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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수민족 축제 현장

세계 어디서나 축제는 사람들의 삶과 영혼이 녹아 있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축제 말고, 한 번도 뉴스에 나오지 않은 소수 민족의 조용한 축제들을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여행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키질족 매사냥 축제, 베트남 북부 몽족의 언덕 결혼 축제, 그리고 남에티오피아의 하마르족 소년 성인식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이 낯설고 생생한 경험은 제 삶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축제는 그저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언어와 역사를 담은 집단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카자흐스탄 키질족의 매사냥 축제, ‘아이투르스’

첫 축제는 카자흐스탄 서부의 초원 지대에서 열렸습니다. 저는 알마티에서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 키질족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은 매섭고 하늘은 끝없이 넓었죠. 축제의 이름은 ‘아이투르스’로, 키질족 남성들이 전통 복장을 입고 훈련된 매와 함께 사냥 실력을 겨루는 행사입니다. 처음 보는 장면은 압도적이었습니다. 거대한 황금 독수리가 하늘을 가르고, 그 아래서 말이 달립니다. 사냥감은 인형이지만, 모든 동작은 실제 사냥과 다름없었죠. 참가자 중 13세 소년 알 툰은 사냥에 성공한 뒤 어깨에 매를 얹고 씩 웃었습니다. 그는 “내가 이 전통을 이어갈 거예요. 우리 가족 모두 매 사냥꾼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습니다. 언어가 거의 사라지고 있는 키질족에게 이 전통은 남은 문화의 마지막 줄기였습니다. 사냥이 끝난 뒤에는 육류를 나누고, 밤이 되면 텐트 안에서 말 시합과 악기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 텐트 안에서 낯선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음률만으로 그들의 자부심과 공동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북부 몽족의 ‘사파 언덕 결혼 축제’

두 번째는 베트남 사파 지역에서 우연히 만난 몽족의 결혼 축제였습니다. 원래는 계단식 논을 보러 갔는데, 마을 입구에서 붉은 천을 매단 길과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보여 무작정 따라가게 됐습니다. 그곳에서는 결혼을 단순한 가족 간 의식이 아닌, 마을 전체가 축하하는 집단적 축제로 치르고 있었습니다. 신랑 신부는 전통 자수를 입고 긴 행진을 하며, 마을 노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합니다. 나도 어느새 축제 손님이 되어, 찹쌀떡과 고깃국을 나눠 먹었죠. 흥미로웠던 건 축제 중 ‘노래 시합’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남녀가 즉석에서 서로에게 사랑을 노래로 고백하며, 웃음과 박수가 터졌습니다. 몽족 청년 미는 “우린 말보다 노래로 진심을 전해요. 부끄러움 대신 노래를 불러요.”라고 했습니다. 몽족은 오랜 차별과 분리로 인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공동체를 지켜왔습니다. 그 축제는 단지 결혼이 아닌, 언어와 음악, 정체성을 이어주는 장치였습니다. 언덕 위에서 본 그들의 춤은 아직도 제 눈에 선합니다. 그건 기쁨 이상의 ‘존재의 외침’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 하마르족의 ‘불 뛰기 성인식’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축제는 에티오피아 오모 계곡의 하마르족 성인식이었습니다. 저는 마을 외곽에서 캠프를 하던 중 ‘불 뛰기(Bull Jumping)’ 의식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지 가이드와 함께 이동했습니다. 의식은 청년이 어린 시절을 끝내고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여러 마리의 황소 등을 맨몸으로 뛰어넘는 장면이 핵심입니다. 이때 마을 여성들은 소리를 지르며 채찍을 맞고, 그 자국은 가족에 대한 충성과 사랑의 증표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처음엔 충격이 컸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지만 축제가 절정에 달했을 때, 가족이 하나 되어 울고 웃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이해가 조금씩 생겼습니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통과이자 연대, 기원이자 기념이었습니다. 성공적으로 소를 넘은 청년 앞에서 어머니가 울며 춤을 추던 모습은 제 마음 깊이 박혔습니다. “이제 넌 우리 가족을 지키는 어른이야.” 한 마디가 없었지만, 눈빛으로 다 알 수 있었죠. 이 축제는 세대를 잇는 생생한 다리였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여행은 풍경을 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저는 이번 여정을 통해 말할 수 있습니다. 여행은 인간을 만나는 것입니다. 소수 민족의 축제는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말없이 알리는 외침이었습니다. 때로는 언어보다 강한 춤과 노래, 전통의 복잡함과 공동체의 진심. 이 모든 것이 ‘축제’라는 틀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나는 이제 축제를 관광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문화의 마지막 방어선이자, 존엄의 표시입니다. 잊힌 곳으로 떠나는 여정은, 사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본질을 다시 마주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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