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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과 함께 떠난 2박 3일의 실내 여행

by love6967 2025.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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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 선인장

우리는 여행이라 하면 늘 이동을 떠올립니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만 여행인 줄 알았죠.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어딜 가야만 여행일까? 그냥 식물과 나만의 공간에서 머무는 것도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2박 3일의 여행. 짐은 단 하나, 작은 화분 하나였습니다. 이 작은 존재와 함께 조용한 실내에서 세상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나를 들여다본 시간, 그 특별한 여정을 공유합니다.

여행 가방 대신 화분을 들다

여행 준비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트렁크 대신 천 가방 하나, 그 안엔 손바닥만 한 몬스테라 화분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서울의 한 도심에 위치한 반려식물 동반 가능 스테이를 예약했습니다. 요즘 ‘식물과 함께하는 숙소’가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거든요. 이곳은 방마다 햇빛이 잘 들고, 식물 관리용 분무기와 전용 선반까지 마련되어 있어 식물 키우는 사람에게는 정말 이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몬스테라에게 방 안의 햇살이 가장 잘 드는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책상 위도, 침대 옆도 아닌 창가의 작은 나무 테이블 위가 그 아이의 자리가 되었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둘이서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를 식물과 호흡하며 천천히 보내다

처음엔 어색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까? 사진도 찍지 않고, 영상을 남기지도 않은 채 그저 화분 옆에 앉아 창밖을 보는 하루가 의미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식물은 늘 그렇듯 조용했고, 햇살은 조금씩 움직였고, 물 한 컵을 따라 잎에 살짝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채우는 데 충분했습니다.

저는 종이 노트에 손글씨를 쓰고, 식물 이름을 주제로 시도 한 편 적어보았고, 밤이 되면 불을 낮추고 잎사귀가 어둠 속에 드리운 그림자를 지켜보는 일마저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여행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주는 깊이였습니다.

식물에게 배우는 여행의 속도

둘째 날 오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창문 밖으로 빗방울이 또각또각 떨어지고, 몬스테라는 말없이 그 소리를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식물은 아무리 바빠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늘 그 자리에 머물며, 자기만의 리듬으로 자라고, 햇빛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그 존재. 우리가 일상에서 잃어버린 ‘느긋함’과 ‘존재의 집중’을 식물은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 있었던 저도 모처럼 속도를 늦추고 이 여행을 ‘느끼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떠나지 않아도 여행이 되는 법

2박 3일간 저는 도시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카페도, 관광지도, 맛집도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여행은 분명히 지금까지 떠났던 어떤 여행보다 더 나다운 여행이었습니다.

반려식물과 함께한 이 시간은 ‘떠남’보다 ‘머묾’이 줄 수 있는 충만함을 알려주었고, 여행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조용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꼭 어딘가로 가야만 여행이 되는 게 아니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체와 보내는 하루도 충분히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여행에도 저는 아마, 짐보단 화분을 들고 떠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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