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봄 충북 단양을 여행하면서 도담삼봉 근처에 위치한 숨은 야영지를 직접 체험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담삼봉 하면 관광지로만 알고 잠시 들렀다가 떠나지만,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아늑한 캠핑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머물며 느낀 단양 도담삼봉 야영지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도담삼봉, 관광지에서 야영지로 이어진 첫 만남
처음 단양 도담삼봉에 도착했을 때 저는 그 아름다움에 한참을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남한강 위에 솟아 있는 세 개의 바위가 물안개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장엄했습니다. 관광객들은 다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금세 자리를 옮겼지만, 저는 그곳에서 조금 더 머물고 싶었습니다. 강가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피다가, 관광객들이 잘 모르는 작은 길을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에 그 길을 따라 내려가 보니, 소나무 숲이 펼쳐지며 잔잔한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이곳이 제가 찾던 숨은 야영지였습니다. 바위와 나무가 자연스럽게 둘러싸고 있어서 마치 비밀 정원처럼 아늑했습니다. 시끌벅적한 관광지에서 불과 몇 분 떨어져 있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선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텐트를 설치하고, 그 순간부터 제 여행의 새로운 장이 열렸습니다.
소나무 숲 그늘 아래에서 보낸 낮의 시간
야영지에 자리를 잡고 나니,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새소리였습니다. 숲 속에서 지저귀는 작은 새들의 노랫소리는 도심에서 들을 수 없는 맑은 울림이었고,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향기는 피톤치드처럼 제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가지고 간 작은 의자를 꺼내 앉아 책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몇 장 읽지도 못하고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눈길이 자꾸만 강과 숲 사이를 오갔기 때문입니다. 강 위로는 유람선이 지나가며 물살을 일으켰고, 그 물결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때때로 바람이 세차게 불면 강물 위로 은빛 잔물이 흩날렸고, 저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깊은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낮 동안에는 가벼운 산책도 했습니다. 야영지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도담삼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작은 언덕이 있는데, 그곳에 서니 관광객들이 몰려 있던 전망대보다 더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조용히 서서 흐르는 강물과 바위의 위엄을 바라보는 동안, 마치 제가 자연의 한 부분이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평화로움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도담삼봉 야영지의 밤, 별빛과 강물 소리가 만든 낭만
낮의 햇살이 서서히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야영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주변에 가로등조차 없어서 밤이 되면 온 세상이 어둠 속으로 잠기지만, 그 어둠을 밝혀주는 것은 하늘 가득한 별빛과 달빛이었습니다. 저는 랜턴을 켜고 간단히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불판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와 냄새가 숲 속을 가득 채웠고, 따뜻한 국물과 함께 먹는 식사는 어느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강가에 앉아 있으니 물소리가 잔잔한 음악처럼 들려왔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 풀벌레 소리까지 합쳐지니 그야말로 대자연의 교향곡이었습니다. 도시의 인공적인 소음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였습니다. 별빛 아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특별했습니다. 휴대폰 불빛을 꺼두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동안 잊고 지냈던 별자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까?" 이런 사색의 시간은 야영이 아니었다면 결코 가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공기는 차가워졌습니다. 저는 준비해 간 침낭 속으로 들어가 강물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의 꿈은 이상하게도 아주 선명했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장소가 어디냐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그 야영지에서의 밤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단양 도담삼봉은 이미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많은 이들이 모르는 숨은 야영지가 존재합니다. 저는 그곳에서 자연의 소리와 별빛 속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관광지로만 스쳐 지나가기 아쉬우셨다면, 이번에는 도담삼봉에서 조금 더 머물러 보시길 권합니다. 강과 숲, 그리고 별이 함께하는 그 밤은 여러분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