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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동식물을 주제로 하는 에코 투어리즘 경로 분석

by love6967 2025.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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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동물 표범

 

자연은 그저 풍경이 아닙니다. 저는 그것을 직접 걸어보면서, 그리고 조용히 귀 기울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멸종 위기 동식물과 그들의 서식지를 존중하며 배우는 여행', 바로 에코 투어리즘이었습니다. 지나치기만 했던 나무 한 그루, 물소리 들리는 늪지, 그리고 그 안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생명들.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우리는 ‘지켜야 할 이유’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평창 오대산 국립공원 - 산양의 흔적을 따라가는 생태의 길

제가 처음 경험한 에코 투어리즘 경로는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국립공원이었습니다. 이곳은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인 산양과 담비가 서식하는 지역으로, 환경부 지정 생태보호지역이기도 합니다.

전문 해설사와 함께 출발한 탐방로는 일반 등산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가졌습니다.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구간이 많았고, 우리는 조용히, 정해진 경로만 따라 걸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저는 산양이 다녀간 발자국, 털이 묻어 있는 수풀, 그리고 먹이를 찾은 흔적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산비탈 위 나무에 설치된 모니터링 카메라 영상을 함께 본 시간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지난밤, 천천히 걸어가는 야생 산양 한 마리의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단 몇 초짜리 영상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생명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습니다.

순천만 습지 - 멸종 위기 철새의 안식처를 만나다

두 번째 여정은 전라남도 순천만 국가정원과 습지였습니다. 이곳은 매년 겨울이 되면 검은 머리물떼새,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 위기 철새들이 찾아오는 철새들의 안식처입니다. 이름이 참 독특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저는 갈대숲을 가로지르는 탐방데크를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발소리를 줄이고, 대화를 삼가면서 걷는 여행은 생전 처음 경험하는 감각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생명체가 우선이었고, 우리는 그저 조심스럽게 그들을 ‘허락받아 관찰하는 존재’였습니다.

망원경으로 바라본 한 무리의 검은 머리물떼새는 멋진 장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안타까운 현실을 말해주는 생명이기도 했습니다. 서식지 파괴, 해양 오염, 기후 위기로 이들의 숫자는 해마다 줄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을 때, 저는 그저 카메라를 들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습니다.

제주 한라산 남벽 생태 탐방로 - 식물의 마지막 쉼터

마지막은 제주 한라산 국립공원 내 ‘남벽 생태 탐방로’였습니다. 이 코스는 일반 관광객에게는 제한적으로만 공개되는 보호 구역으로, 사전 신청과 교육을 받은 후에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이곳에는 한라송이풀, 구상나무, 들잣나무, 한라꿩의다리 등 제주 고유의 희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고, 기후 변화로 이 식물들의 생존 구간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들으며 걷게 되었습니다.

습도, 토양, 일조량, 바람. 이 네 가지 요소가 아주 정밀하게 유지되어야 그 식물 하나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다는 설명은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또한, 이 구역에는 사람들이 무심코 밟는 돌무더기 하나에도 수십 년 동안 쌓인 균형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얼마나 섬세한 생명의 흐름 위에 놓여 있는지를 실감하며, 저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아주 천천히 내디뎠습니다.

이 여행은 듣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됐습니다.

이번 여행들을 통해 느낀 건, 에코 투어리즘은 절대 가볍게 소비되는 여행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본다’고 생각했던 순간, 사실은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준 ‘허락된 부분’ 일뿐이었습니다.

생명의 속도에 맞춰 걷는 일, 무언가를 찍기보다 조용히 바라보는 일, 그리고 인간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일. 그 모든 것이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걸은 경로들은 지도에는 선으로만 표시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수천수만의 생명들이 숨 쉬고 있었습니다. 그들과 공존하려는 노력의 한걸음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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