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습니다. 전국이 38도에 육박하는 기록적 폭염 속에서, 저는 각각 다른 시기에 남해, 동해, 서해를 다녀오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세 지역의 피서지 특징이 머릿속에 또렷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여행 블로그라기보다는, 더위에 민감한 1인으로서 실질적인 체감 후기를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쓰는 정리입니다. 관광 명소보다 '폭염을 어떻게 피했는가'에 초점을 두고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서해는 ‘느긋함’ 그 자체였지만, 시원함은 부족했습니다
처음 다녀온 건 6월 중순의 서해였습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이라 시기를 잘 맞춘 편이었지만, 문제는 기온보다 ‘바람’이었습니다. 저는 충남 태안 인근의 학암포라는 조용한 해수욕장을 찾았는데요, 바다보다는 갯벌과 얕은 수심이 특징이다 보니 물 자체가 시원하다는 느낌보다는 따뜻하게 데워져 있다는 기분이었습니다.
물속에 들어가면 온도가 그리 낮지 않아서 체온을 식히기보다는 오히려 해수욕 느낌에 가깝습니다. 그늘막 아래서 책을 읽거나, 물가에서 아이들과 조개 줍기 같은 활동에는 좋았지만 ‘폭염 회피’라는 관점에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대신 해질 무렵, 간조 타이밍에 드러난 갯벌 위를 걷는 경험은 의외로 좋았습니다.
서해는 확실히 가족 단위 피서객에게는 느긋한 힐링이 되겠지만, 체감 기온을 확 낮춰줄 ‘쿨링 효과’ 면에서는 조금 약한 인상이었습니다.
동해는 바람과 수온이 모두 완벽했습니다
폭염이 가장 기승을 부리던 7월 초, 저는 강원도 양양으로 향했습니다. 워낙 바다 물색이 맑고 시원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 기대가 컸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여름 중 가장 ‘시원하다’고 느꼈던 곳이었습니다.
일단 바닷물이 정말 차가웠습니다. 오후 2시쯤 들어갔는데도 입수 직후 발끝부터 정강이까지 전해지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고, 이는 동해 특유의 깊고 빠른 조류 덕분이라는 현지인의 말도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하조대 해변’이었습니다. 사람은 비교적 적고,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와 그늘에 들어가면 선풍기 바람보다 더 강한 자연 냉풍이 불어왔습니다. 텐트도 따로 치지 않았고, 나무 그늘 밑에 돗자리만 깔았는데도 한낮에 땀이 나지 않았습니다.
남해는 그림 같았지만, 더위는 그대로였습니다
7월, 가장 더웠던 시기에 마지막 피서지로 선택한 곳은 남해였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청량할 것 같은 바다였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보기엔 시원해도 체감은 더웠다’는 게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경남 남해군의 물미해변이었고, 물색은 동해만큼 맑았지만, 수심이 얕고 햇빛이 강하게 내려쬐는 구조라 그런지 바닷물도 금세 데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드론 촬영 중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듯한 풍경이었지만, 실질적인 피서지로서의 효과는 약했습니다. 파라솔 아래서도 바람이 거의 없었고, 점심 시간엔 냉방 카페로 들어가야 체온이 내려갈 정도였습니다.
체온을 내리는 데 효과적인 바다는 결국 ‘동해’였습니다
세 군데를 비교해보니, 목적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여유 있고 소소한 활동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서해가 적당하고, 감성적 풍경을 원한다면 남해가 좋습니다.
하지만 '진짜 더워서 어딘가로 피해야겠다'는 목적이라면, 동해만큼 명확한 해답은 없었습니다. 차가운 수온, 지속적인 해풍, 높은 일사량에도 체감 기온을 효과적으로 낮춰주는 조건이 다 갖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여름마다 바다를 찾게 되겠지만, 폭염 속의 피서라면 저는 아마 주저 없이 다시 동해로 갈 것입니다. 이번 여름 세 바다를 모두 경험해보면서, 바다는 단순히 여행지가 아니라 ‘살아남는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