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계곡, 바다와 맞닿은 시원한 피서지
올여름 초복 무렵, 저는 남해 금산을 향했습니다. 금산은 원래 산행과 보리암 전망으로 유명하지만, 그 자락에 숨겨진 계곡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죠. 상주은모래비치에서 차로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어서, 오전에는 바다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오후에는 계곡에서 몸을 식히는 투트랙 피서가 가능했습니다. 금산 계곡 입구에 도착하니 도로 옆으로 맑은 물줄기가 보였고, 그 뒤로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물에 발을 담그자마자 한여름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물소리는 마치 폭포 소리를 줄여놓은 것처럼 일정하고, 그 배경에 산새 울음소리가 더해져서 자연의 오케스트라 같았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바다 근처 계곡이라서 공기 중에 은은한 짠내와 시원한 산바람이 함께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주말임에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가족 단위로 오기에 딱 좋았고, 작은 평상과 간이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어 간단한 도시락을 먹기에도 편했습니다.
두모계곡, 가족과 함께 즐기는 잔잔한 물놀이
다음 날, 저는 두모계곡으로 향했습니다. 두모계곡은 금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물살이 잔잔하고 깊지 않아 어린아이와 함께 오기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무릎 깊이 정도의 물이 길게 이어지고, 바닥은 미세한 자갈이라 맨발로 걸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계곡 옆에 자리 잡은 펜션 마당에서 아이들이 튜브를 타고 놀다가 간식 먹으러 드나드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놀이 공간과 숙소가 가깝다는 건 생각보다 큰 장점이더군요. 덕분에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단위로 아이들이 물놀이와 휴식을 번갈아 하며 놀 수 있었습니다. 또, 두모계곡은 나무 그늘이 많아 햇빛에 오래 노출될 걱정이 없었습니다. 저는 캠핑의자와 간이 테이블을 펴고, 시원한 수박과 음료를 꺼내 놓고 앉아 있었습니다. 옆에서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금산과 두모, 각각의 매력을 비교하다 두 곳 모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지만, 매력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금산 계곡은 바다와 산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환경과 시원한 수온이 장점이었고,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어 물놀이 후 가벼운 트래킹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반면, 두모계곡은 깊지 않은 수심과 잔잔한 물살 덕분에 유아, 초등 자녀를 둔 가족 여행에 최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인 친구들과 시원하게 몸을 담그고 싶을 때는 금산 계곡을, 아이와 부모가 함께 여유롭게 보내고 싶을 때는 두모계곡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두 곳 모두 주변에 숙소와 식당이 가까워 숙박과 식사가 편리했고, 무엇보다 상업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남해의 여름, 두 계곡에서 완성하다
이번 여름 남해에서 보낸 이틀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완벽히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금산 계곡에서의 짜릿한 시원함과 두모계곡에서의 잔잔한 평화로움은 서로 다른 결이지만, 모두가 물놀이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혹시 올해 여름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다면, 저는 주저 없이 남해의 계곡을 추천하겠습니다. 바다와 계곡을 하루 안에 오갈 수 있는 드문 여행지이자,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니까 말입니다. 여름 피서의 기준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