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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제주 여행 이야기 (맛집, 풍경, 힐링)

by love6967 2025.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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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 성산일출봉

뜨거운 한여름, 어떤 계획도 없이 비행기만 끊고 제주도로 출발했습니다. 그저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 하나로 짐을 싸서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이번 여행은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는 대신, 지도 필요 없이 '감'으로 여행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스쳐 지나간 바람, 우연히 발견한 식당, 낯선 사람과의 짧은 인사.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경험한 그런 순간들을 여러분께 얘기해 볼까 합니다.

지도 없이 만난 식탁 위의 제주, 맛집

맛집을 검색하지 않고 무작정 갔습니다. 대신, 매일 아침 숙소 근처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맛집을 물어봤습니다. “이 동네에서 맛있는 아침은 어디서 드세요?” 그렇게 첫날 찾은 곳은 어느 작은 가정집 옆에 위치한 국숫집이었습니다. 메뉴는 단 하나, 고기국수. 할머니가 손수 직접 뽑은 면이 고명처럼 국물 위에 자리 잡고 있고, 멜젓 대신 된장을 살짝 곁들여 주셨습니다. 처음엔 의아했는데, 고기향이 진하게 우러난 국물과 묘하게 어울렸습니다. 또 하루는 산책 중에 비가 내려 찾아간 찻집에서 유자청을 마시게 됐는데, 주인아주머니가 감귤청과 자몽청을 직접 담가서 준비하셔서 더 맛있었습니다. 저 혼자였고, 덕분에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의 맛은 사실 음식 그 자체보다도, 그걸 함께 나눈 공간과 사람이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맛집’이란 말이 어색할 정도로, 제 기억 속엔 소박하지만 따뜻한 음식들이 남았습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나 만의 풍경

제주의 유명 오름이나 해변은 거의 다 소개됐겠지만, 저는 이번에 그런 곳들을 일부러 가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표지판도 없는 좁은 길들을 따라 천천히 구경하며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풀숲 사이 논길 옆,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바다가 훤히 보이는 순간이 있었고 그곳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갈매기 소리만 간혹 들리고, 바람은 매우 거셌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날 찍은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습니다. 어설프게 담기보단, 그냥 그 순간에 푹 젖어들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지도를 찾아봤지만, 정확히 어딘지 아직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소중한 추억과 장소가 된 것 같습니다. 내가 찾은, 나만의 풍경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제주도는 ‘보는 여행’이 아니라, ‘느끼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마음속에 평생 기억될 곳으로 말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힐링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번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제대로 경험하고 느꼈습니다. 서쪽의 작은 민박집에 묵으면서, 해가 뜰 때까지 바닥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습니다. 물소리가 그치고, 바람이 다시 창틀을 두드릴 때까지 그냥 멍하게 있었습니다. 어느 날엔 해변 모래 위에 누워 눈을 감고 2시간 정도 누워 있었는데, 그게 제겐 가장 강렬한 힐링이었습니다. 명상 앱도, 요가도 필요 없었습니다. 그냥 ‘누워있기’만 해도 충분했습니다. 도시에서는 늘 뭔가를 해야만 가치 있고 보람된 하루라고 느꼈지만, 제주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그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자 감동이었습니다.

이번 여름 제주 여행은 유명한 것도 없고 계획도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따뜻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걷고, 검색도 안 되는 가게에 앉아, 그냥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던 순간들. 남들이 만든 여행이 아닌, 오로지 나만의 여행을 하고 싶으시다면 이런 방법도 추천합니다. 느리게, 단순하게, 진짜 나답게 그게 제 제주였습니다. 언젠가 다시 또 오겠다고 조용히 말하고 돌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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