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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의 생태계: 여행지 자연환경과 관광객 사이의 지속가능한 균형 메커니즘 분석

by love6967 2025.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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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 유럽여행

우리는 여행지를 ‘감상’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끊임없이 그곳을 ‘소비’합니다. 그런데 그 소비의 끝에 남는 건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일까요, 아니면 황폐해진 자연일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주 구좌읍 세화리 마을에서 체험한 생태관광의 진짜 모습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역 시스템을 통해 우리가 여행지에 어떤 책임을 지닐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내가 무심코 남긴 쓰레기 하나, 마을에선 하루 일이 됩니다

작년 봄, 저는 제주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작은 마을 게스트하우스에 묵었습니다. 이곳은 일반 숙소와는 달랐습니다. 체크인 첫날, 주인장은 저에게 작은 면 주머니를 하나 건넸습니다.

“여행하면서 생긴 플라스틱 쓰레기는 여기에 담아보세요. 이 마을은 분리수거가 생명입니다.”

당황스러웠지만, 그 말 한마디가 제 여행을 바꿔놓았습니다. 이 마을은 ‘제로 웨이스트’ 생태마을로 지정되어 있었고, 관광객에게도 똑같은 원칙을 요구했습니다. 일회용 컵은 제공되지 않았고, 칫솔은 나무로 만들어진 제품만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내가 관광객이 아니라 마을의 일원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을의 쓰레기 수거 시스템이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마을 어르신들과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이 함께 ‘해안선 쓰레기 줍기’에 참여합니다. 모래사장에 박힌 유리조각, 낚싯줄, 플라스틱 병들. 그중 일부는 지난주에 이곳을 다녀간 관광객들이 남긴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내가 남긴 흔적은, 누군가의 노동으로 지워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자연을 ‘보는’ 여행에서, 자연을 ‘돌보는’ 여행으로

일반적인 관광은 자연을 일방적으로 감상합니다. 우린 풍경을 찍고, SNS에 공유하며, 다시 떠나죠. 하지만 그 마을의 여행은 달랐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일정 중 하루는 ‘해조류 조사’ 시간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바닷가로 나가 작은 노트와 펜을 들고, 조간대에 자라는 해조류 종류를 기록하고 특정 구역의 생물 다양성을 체크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체험이 아닌, 지역 환경단체에 공유되는 실질적 데이터 수집 활동이기도 했습니다.

그 순간 느꼈습니다. 여행자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역사회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생태보호 전략을 세운다. 관광이 자연을 파괴하는 대신, 자연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단순한 ‘에코체험’이 아닙니다. 마을의 생태계를 중심에 두고, 관광객이 그 안의 한 개체로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나무도, 조개도, 사람도 모두 그 생태계의 일부로 움직이는 하나의 유기체입니다.

이 시스템 안에서 여행자는 관찰자이자 조력자가 됩니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시스템이 아니라 관계다

3일째 되던 날, 저는 마을 공동식당에서 점심 배식을 도왔습니다. 재료는 마을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 바닷가에서 잡은 성게, 그리고 주민이 직접 담근 장으로 만든 반찬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60대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오는 관광객들 중엔, 쓰레기 하나도 제대로 버리는 사람이 드물어. 근데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우리 일이 뭔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단어는 거창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건 관계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자연과의 관계, 지역과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 머무는 내 행동의 무게를 인지하는 태도.

이 마을의 관광 생태계는 단단한 규칙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관계의 합의와 반복을 통해 유지되는 살아 있는 구조였습니다. 나 하나의 행동이 전체 흐름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반대로 살릴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한 여행이었죠.

이 여행을 다녀온 후, 저는 여행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내가 뭘 얻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남기고 오는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관광은 파괴와 소비로만 이루어진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 안엔 자연, 지역사회, 여행자, 그리고 책임이라는 복잡한 생태 구조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 균형을 지키려면, 시스템만으론 부족합니다.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태도’가 결국 생태계를 유지하는 진짜 힘이 됩니다.

다음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면, 그 장소를 내가 소비할 대상이 아닌, 내가 잠시 참여할 생태계라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여행은 더 이상 '사진'이 아닌, '순환'으로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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